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두 대의 카메라를 소유하게 되면서 카메라 액세서리에 대한 관심 또한 매우 높아졌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진을 좀 더 잘 찍어보고 싶은 욕심에 고가의 렌즈나 삼각대, 조명 등의 장비에도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며 이에 대한 의견 또한 분분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얻는 것이다. 즉, 촬영시 피사체의 상이 흔들리지 않게 해 사진의 선명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조명이나 밝은 렌즈를 사용해 셔터스피드를 높여서 짧은 순간에 촬영을 하거나 아예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삼각대 등으로 고정시켜 놓고 찍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여기에 릴리즈나 리모콘을 이용해 셔터를 누를 때 생기는 떨림까지 막아 주면 더욱 좋다. 볼헤드는 바로 삼각대와 함께 사용하며 카메라를 고정시켜 지지해주는 도구로 편리성에서 준전문가급 이상의 사용자층에서 많이 애용된다. 삼각대에서 카메라와 연결시켜주는 맨 윗부분을 헤드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볼헤드는 3개의 손잡이를 갖추고 있는 3-웨이(way) 타입과는 달리 모양이 단순하며 크기가 작아 휴대가 간편할 뿐 아니라 조절 나사 하나만 풀어주면 틸트, 수평, 수직, 회전 등을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에 있어서도 매우 편리하다. 하지만 볼헤드는 그만큼 다른 방식의 헤드보다는 가격이 비싸서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제품이기도 하다. 제조사의 입장에서도 나사를 풀었을 때 부드럽게 움직이다가 조였을 때는 수십kg까지 확실히 받쳐주며 미세 진동까지 차단하는 제품을 만들기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할만한 성능의 볼헤드를 국내의 작은 업체에서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한 번 찾아가보았다. ▲ 마킨스 마병익 사장 | 마킨스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중학교 수학여행 때 처음 사진을 찍으며 이미 이 쪽 분야에 가슴 깊이 담아두었던 것 같습니다. 한 때는 자동차를 제조하는 대기업의 중역으로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삶을 계속 이어갈 수도 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사진의 취미를 쉽게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점점 더 사진에 빠져 들며 여러 장비들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그것들이 온통 외제 상품들에, 성능에 있어서도 만족스럽지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쇠붙이를 다뤄왔던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고 내가 한 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국산 장비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직접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이러한 장비가 주변에 알려지면서 소문이 나고,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회사를 차리고 전문적인 제품 생산까지 시작한 것입니다. 마킨스 볼헤드의 특징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주세요. 알카스위스(Arca-Swiss), 보겐(Bogen), 크릭(Krik) 등 세계적인 명성의 볼헤드가 많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다 한 두 가지의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알카스위스 모노볼은 40kg 이상의 무게를 지지해줄 만큼 뛰어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하다 보면 볼 자체가 다 까져버립니다. 내부에서 볼이 엉키는 볼락업(Ball lockup) 현상도 종종 발생하고요. 하지만 마킨스(markins.com)의 볼헤드는 날카로운 셔터칼로 긁어도 거의 표가 나지 않습니다. 재질 자체부터 다른 것을 쓰기 때문입니다. 볼트 하나도 시중의 일반 볼트를 깍아서 만든 다른 상품들과는 비교가 되지를 않습니다. 품질에 있어서 자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40kg를 넘나드는 지지하중이나 이러한 동급의 상품들 중에서도 거의 절반 수준의 무게와 작은 부피라는 등의 사양상의 수치는 눈에 잘 띄는 아주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제가 사진을 좋아하고 그 때문에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는 만큼 구석구석에서 세심한 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절 나사의 모양이랄까, 손잡이 하나도 실제 사용하는 데 있어서의 편리성과 성능을 고려해서 끊임없이 개선해나간 것들이죠. 다른 제품들은 구리스를 바르지 않으면 어느 정도 사용하다가는 쉽게 망가져버려요. 그런데 마킨스는 오히려 그 반대로 구리스를 사용하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구리스를 사용하게 되면 옷에 다 묻고 매우 불편하잖아요. 
▲ 마킨스 큐볼헤드 그레이 모델과 티타늄 모델. 그레이 모델은 하우징 자체에 그레이 카드 역활을 할 수 있도록 색상을 입혔으며, 티타늄 모델은 하우징 자체를 통으로 된 티타늄 봉을 깎아 만든 것이 특징이다. |
요즘은 저희 제품 퀵슈 밑부분을 파놓은 것을 보고 많은 곳에서 무게를 줄이는 방법으로 따라 하기도 하는데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다 파놓게 되면 성능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죠. 실제 사용자면서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테스트한 결과 이러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제품은 이에 따라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잘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래도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만은 잘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해외에도 인기가 높던데 어떻게 판매되나요? 불과 2~3년 전만에도 30여개 국가로 수출되며 지구본에 번호를 매겨 그 순서를 표기해두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포기했습니다. 지금은 한 64개국 정도에서 저희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라별로 전문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에이전트라고는 미국 지사를 포함해 싱가폴, 독일 등 3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다 사용자들이 입소문이나 리뷰 사이트 등에서 보고 들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주문을 해서 공급된 경우입니다. 현재 마킨스 제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라면 미국을 들 수 있고, 그 다음으로 유럽, 호주 등입니다. 나름대로의 성공 비결이 있을까요? 만드는 제품에서 성공하는 것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상품에서 성공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상품의 성공은 고객과의 관계가 잘 뒷받침해줘야 하는 것이죠. 저는 외국에서는 미스터 마로 통하는데 그만큼 신뢰도에 있어서는 자신합니다. 흔히들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미국에서도 받아볼 수 없던 품질과 서비스를 받는다고 놀랍니다. 제게 편지를 보낼 때면 모두가 선생님(Sir)이라는 칭호를 붙여줘요. 무엇보다도 제품의 품질에 있어서 자신할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덩치가 아주 큰 것을 제외하고는 40kg 이상을 버틸 수 있는 볼헤드가 세계를 통틀어 1개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지지하중을 높이면서도 무게는 50% 가까이 줄인 제품을 선보였죠. 이와 함께 가격 또한 저렴하고, 확실하게 믿음을 주는 신용까지 갖추고 있으니 매력적일 수 밖에 없지요. 물론,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닙니다. 지금 거의 최고로 비싼 편에 속하죠. 싸다는 것은 동급의 세계 유명 제품과 비교해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격은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게 판매하겠다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서비스 차원에서 좀 더 고객을 대우해줄 수는 있어도 제품 가격을 장소나 경우에 따라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제품에 대해서 자신하기 때문에 어느 한 판매처에서 가격을 흐리게 하면 곧바로 회수합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비법이 있나요? 저는 데이터로 증명되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차리면서도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기기들을 먼저 만들기 시작했죠. 저희 제품은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여러 가지의 철저한 검사를 거칩니다. 하나의 제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우선 수치적으로 충분히 만족을 시킬 수 있어야만 하죠. ▲ 사무실에는 테스트를 위한 기기들로 가득차 있다. |
그 다음에는 최소 3개월 이상의 필드 테스트를 거치게 됩니다. 테스트 기기를 통한 수치적인 것과 사용자가 직접 사용하면서 느끼는 것은 크게 다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 제품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모임을 통하기도 하고, 제가 직접 가지고 나가 실제 상황에서 성능을 시험합니다. 세계에서 350개 밖에 없다는 핫셀블레이드 300mm 렌즈를 장착하고 모래 바람 속이나 아주 길이 험한 비포장 도로 등을 삼각대의 나사가 풀어질 만큼 고달프게 끌고 다닙니다. 이렇게 실제 사용하면서 향상시킬만한 세세한 부분들도 점검하고 꾸준히 업그레이드해나갑니다. 볼헤드 이외의 제품도 생산하나요? 현재 핸드스크랩을 제작하고 있는데 여기에 쓰이는 플레이트도 특허를 받은 상태입니다. 이전의 상품들이 삼각대를 이용하고 안하고에 따라 붙였다 땠다 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개발하게 된 것이죠. 저희 제품은 이렇게 실제 사용하다 느끼는 문제들을 고치기 위해서 만들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세계 최초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꼼꼼히 파헤쳐서 만든 만큼 실용성과 성능면에서는 자신할 수가 있고요. 이 외에도 카메라 가방, 볼헤드 및 렌즈 포우치 등 몇 가지 제품이 있습니다. 제가 실제 사진을 즐기면서 기존의 제품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요구가 나타나면 제품을 만들기도 하는데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죠. 회사를 경영하시는 철학이 있을까요? ▲ 설립 이전부터 사용해온 삼각대들과 마킨스 가방 | 저는 제 자신을 엔지니어라고 생각하지 이익을 창출해야만 하는 회사 경영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품도 많이 생산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마킨스 볼헤드의 연간 생산량이라고 해봤자 한 2,000개 정도에 불과해요. 여러 곳에서 투자를 할 테니 사업을 확장해보자는 제안도 많이 했지만 일체 거절했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돈을 투자해서 더 큰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의 사람들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지금까지의 연구와 노력이 유통 회사만 배부르게 해주는 꼴이 되어버리거든요. 자원을 근본적으로 줄여나가자는 게 밑바닥에 깔린 제 철학입니다. 제품의 포퍼먼스를 향상시키고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만들면 그 만큼 불필요한 자원을 절약할 수가 있지요. 많이 생산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만족할 만한 좋은 제품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회사 홍보에도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럴 돈과 시간이 있다면 R&D에 더욱 투자를 하지요. 그리고 일에 열심인 만큼 회사 생활은 즐거워야 합니다. 우선은 저나 직원들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즐겁고, 저부터 격을 안 두고 똑같이 생활하려고 노력합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마주대하는 시간이야 2, 3시간 안팎이지만 회사에서의 생활은 10~12시간을 차지하는데 그만큼 더욱 즐거워야 하지 않겠어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벌어 빨리 출세할 것인가에 혈안이 돼 있는데 그보다는 우선 즐겁게 사는 길을 찾았으면 합니다. 앞으로 시간이 나신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사진 관련 세미나나 촬영을 위해 종종 외국에 나갈 기회가 있는데 외국같은 경우는 어떤 한 장소에 누가 촬영하고 있으면 옆 자리에는 가지도 않는 것에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옆에 서는 것 자체가 이미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구도를 모방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사진 문화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요즘의 사진 및 카메라 관련 사이트들은 사진 자체보다는 장비 중심의 커뮤니티 성격이 매우 강하죠. 어느 순간 대부분 장터화 돼버리고 사이트 자체가 상업적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볼 때면 아쉬움이 큽니다. 저는 사진을 즐길 뿐 출품이나 전시를 해본 적은 없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사진 자체를 즐기고 음미할 수 있는 비영리적인 최고의 사진 사이트를 만들어보는 것이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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